가족 이야기

에미야 쌀을 많이 팔아놨니?

달진맘 2013. 12. 29. 01:03

 

친정 엄니가 올해 팔순이시다.

기력이 딸리시는지    겨울에는 자주 못 오시는데 매일 전화를  거신다.

애미야 ....잘 있니 별일 없냐?

네...

어린것들 잘노니? 기냐 ? 뒤집냐?

래건이도 잘 있구? 래이는

 

매일 같은 질문에 같은 답변 을 하느라  때론  바쁠적이나 아이 재울적에 말 대꾸 하기가   버겁고 그날이 그날이라 무덤덤 해지기도 했다.

 

에미야 가고 싶은데 엄두가 안나

웬지 엄미가 측은해 오늘은 오전 일이 끝이 나면 엄니 모시러 갈려 했다.

 

그런데 불쑥 엄니가 오셨다.

모자를 눌러쓰고 과자봉다리 드시고 ( 증손자들 먹으라고 )  짐가방 드시고 오셨다.

 

아마도 노인네 속에 부굴부굴 끊는 속 이야기도 털어넣고 싶고 바람도 씌이고 싶고

당신 자시고 싶은 입맛에 맞는 시절 음식도  드시고 싶은가 보다 싶다.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는  시각에 수빈이 맞겨 놓고는 엄니랑 길을 나섰다.

 

읍내 에 가서  이것 저것 장을 보기 위함이다.

 

 에미야....쌀을 많이 팔아놨니?

 

  왜요?

 

 쌀과 잡곡 파는 곳 앞 에서 물어보신다  조용히

 

  응  조금 팔아놨으면  내먹을  쌀좀 팔을려구...

 

 

지난 가을에  양평 사는 젊은이가 농사 지었다고  닷말 보내줬고   태평리 명근 아빠가  농사지엇다고 닷말 보내주고 이천딸 내서 조금사고 해서 겨울 날 식량은 있서요...

 

 

그래...

난 겨울에 눈이쌓여 차도 못나갈적에  쌀 떨어졌고 내가 와서 먹으면  모자 랄까봐  쌀 한자루 살려고 했지...

 

엄니는 배고프고 어려운 시절을 살아오시느라  배를 고르 셨는가 항시 딸집에 오시면 쌀자루 부터 들러 보신다.

 

설움 중에 제일이 배고푼 설움이다. 허시면서 팔아먹는쌀  헤퍼... 쌀 떨어지면 어쩌니

 

살아 생전에 진정 아버지 말씀 중엔 단골로 들려 주시는게 배고품 설음 이란다.

 

두분이 만나  숟가락 두개 받그릇 두개같고 일어논 살림이니 오죽이나 어려우셧슬까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엄미는 참 알뜰 하시고  자신보다는 딸집 사정을 먼저 헤아 리시는 심정이 착하신 분이시다.

 

 

아마도  요즘 축산업이 어렵고 체험도 겨울에는 비수기라 돈이 가물어  당신이 와 몇칠 계시는데도 돈이 들라 걱정이 되시나 보다.

 

쌀은 있는데 춥고 눈이 많이 와 길이막혀 못 나갈라  찬거리 사러 왔으니

자시고 싶은거 말씀하고 고르세요..

 

아녀 됬서 ...

에미야 요즘  노가리 철 이지 ?

자시고 싶다는 뜻 으로 알고 한봉지  카트에 넣었고   ...

잘익은 사과 한봉지 만지시길래 또 넣었고

봄동 배추를 사고 ( 배추전 들기름에 부치고  겉잎은 삶아 된장에 싸 드시게 해 드릴려고 )    돼지 등뼈를 보시더니 이것쌂아 김장 김치 썰어 지져 먹음 맛난 철이지   하시면  그려요 맛나요  하면서 먹고싶었는데 좋으네 하고는 항개 고르려하니  

이왕 사는거 큰것으로 사  개 들도 포식하게 ..

 

등뼈 한개 잘라 닮고 ...

 

 만두속   거리도 사고   카트 그득하게 사서 오면서  두런 두런  이야기를 했다.

 

동지지난 후 아직  해는 짧아 6시이데도 칠흑같이 어둡고  여주 강변 강바람은 품으로 파고들어 추웠지만

 

점점 나이드시어 여위어가는 엄니 얼굴을 보니 안 슬프고 귀가 잘 안들리는가 이야기를 하다 동문서답을 하면서

또 측은하고

그나마  아직은 내가 운전이나마 할수 있고 기력이 있서 이양반 말 동무도 되고 친구도 되어 드린다 싶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신년 새해 해맞이 인파가 줄면  큰딸에 작은딸네 애들 이랑 엄니랑 남쪽 동백이 피여난 곳으로 나들이를 다녀오고 싶다.

 

  회도 한접시 뜨고 매운탕도 지져 드리고

온천에서 땀도 빼고 4대가 모여 엄니 얼굴 도장 찍고 사진한장 남겨 두고 싶다.

 

사람의 일 알수가 있나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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