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일기

퍼옴 농촌여성신문지에서

달진맘 2009. 11. 24. 08:13

농업계 선도(先導) 여성CEO - 은아목장 조옥향 대표

 

농촌여성은 일인 다역하며 해외성공 사례 배워야

감나무에 감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풍경은 누가 보아도 정겹다. 꽃처럼 예쁘기까지 하다. 여주군 은아목장을 꾸려가는 조옥향 씨 가족은 감처럼 함께 가족의 힘을 모아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한 그림 같은 2만여평의 목장을 만들었다. 봄이면 수선화와 툴립이 만발하고 사시사철 푸른 초원 위에 강아지와 송아지가 함께 뛰놀며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목장이다. 게다가 요즘은 갓 짜낸 우유로 만든 수제 치즈와 목장 체험으로 명소가 되고 있는데 안주인 조옥향 씨의 28년 목장에 바친 정성이 지극하다.

 

점심상을 물린 나른한 오후, 여주 은아목장의 앞 뜰엔 강아지 서너 마리가 서로 주인 조옥향씨의 곁을 차지 하겠다고 자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주인 조옥향 씨는 강아지들의 으르렁대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묵묵히 감 깎는 데만 열중하고 있더니 마지못해 강아지를 향해 한소리 한다.
“감을 깍아 말렸다가 치즈에 한번 응용해 보려고 하는데.... 아이고 이녀석들! 왜 이리 시끄럽게 굴어?”
목소리는 강아지 나무라는 품새지만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주인 사랑 듬뿍 받고 있는 게 느껴지는 강아지들은 주인의 큰 목소리에도 아랑곳 없이 여전히 주인 옆에 더 가까이 가겠다고 장난질이다.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은 티가 나는 강아지들이다.
우리가 꿈꾸는 한가롭고 여유로운 풍경들이 이곳 은아 목장에는 펼쳐진다. 수채화 물감마냥 파란 하늘 아래 드넓게 펼쳐지는 푸른 초원, 그 속에 뾰족 지붕을 얹은 하얀 집들, 그곳서 하얀 에이프런을 두른 알프스의 소녀가 뛰어 다닐 것 같은 한폭의 풍경화가 연상되는 곳이다. 누구나 꿈꾸는 이 집에는 조옥향 씨와 남편 그리고 이곳 목장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이제는 목장의 큰 일꾼으로 성장한 두 딸 지은이와 지아가 그림 같이 살고 있다.
“다른 사람 눈엔 한가하고 부러운 풍경들이겠지만 이렇게 가꿔오기까지의 과정은 말 그대로 소설책 몇 권 분량의 고통의 사연들이 많지요.”\

 

<여주 은아목장은 몇해 전부터 송아지 우유먹이기, 말 먹이 주기 등 다양한 낙농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옥향 부부의 목장이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황무지를 초원으로
여주군 가남면 금당리 은아목장의 안주인 조옥향씨는 1983년에 남편과 함께 이곳 여주로 귀농했다. 친정아버지가 사놓았던 2만 2천평의 황무지 땅을 가꾸어 보겠다고 겁도 없이 스물 아홉살 새댁은 서울 살림살이를 거둬서 몇날 며칠을 남편을 설득해 이곳으로 왔다.
“의사였던 친정아버지는 바쁜 의사를 그만두면 멋진 농부로 살겠다는 꿈을 가진 분이셨죠. 아버지의 소박한 꿈을 이루고픈 생각도 있었습니다.”
친정아버지 소유의  황무지에다 목장을 만들겠다고 마음먹고는 그저 겁도 없이 밀어부쳤다. 미처 집 지을 여유가 없어 텐트생활을 하며 풀 뽑고 돌 고르기를 꼬박 2년. 젖소 3마리로 목장을 시작했다.
가족들이 함께 일하고 늘 함께 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소망으로 손이 헐도록 매달려 일했다. 목장의 모양새는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조금씩 자리 잡혀 오늘이 탄생했다.
“묵묵히 제 뜻을 꺾지 않은 남편이 퍽 고맙습니다. 이곳에 터 잡을 때도 그렇고 수제치즈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도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요즘은 치즈와 버터와 소시지를 손수 만들어 팔뿐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으로 도시 사람들에게 꿈같은 휴식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도시의 생활이 지치고 고단할 때 가족들이 함께 와서 순한 송아지 우유도 주고 조랑말도 타며 꽃들의 합창도 들으면서 휴식을 취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갓 짜낸 신선한 우유로 치즈와 버터, 소시지를 함께 만들어 보는 체험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입니다.”

세계에서 낙농을 배웠다
조옥향 씨는 1995년 우량젖소 품평대회인 한국홀스타인 품평회에서 그랜드챔피언을 달성했고, 국내 최초로 그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 군납 우유 합격 판정을 받는 등  좋은 품질 원유를 생산해 냈다. 일찍 우유가공에 눈을 떠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을 돌며  다양한 유가공품 개발 기술을 배우기 위해 발품을 팔기도 했다.
“그냥 소만 키웠다면 지금 너무 힘들었을 거예요. 일본의 낙농 농가를 방문했을 때 우리도 우유에 부가가치를 주는 치즈나 버터생산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조옥향 씨가 낙농업계  뿌린 업적은 탁월하다. 지난 1993년부터 고능력우 품평회 등에 참가 20여번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젖소개량의 선도적 역할을 했고, 지난 2002년과 2003년에는 젖소개량 및 산유능력 향상에 힘써 연속 2회에 걸쳐 최우수 검정회상을 받았다 2002년부터는 한국낙농육우협회 여성분과 위원장을 맡아 현재까지 우유소비확대 및 우수성 홍보 등 대외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금년엔 경기도 여성상도 수상했다. 그동안 지역경제 낙농분야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품질 고급화 맛으로 승부한다
은아목장에서는 농장을 관광체험농원으로 발전시켜 소 젖짜기, 송아지 우유주기, 트렉터 타기 등의 낙농체험과 치즈·아이스크림·우유요리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4년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연인원 1만여 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은아목장을 다녀갔으며 올해 들어서도 100일 동안 4,000여 명이 낙농체험에 참가하고 있다. 홍콩,말레이지아,일본 단체 관광객도 들리는 장소다. 또한 지금 은아목장은 우유만 생산하는 목장을 넘어 국산 수제치즈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본거지로 유가공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견학 장소로도 많이 찾는다.
“유가공품의 생명은 바로 ‘신선도’입니다. 좋은 치즈일수록 유통기간이 짧은데 수입 치즈는 보존을 위해 열처리를 더하거나, 아니면 맛이 약간 변하게 되요. 국산 치즈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죠”
조 대표는 국내 낙농산업의 발전을 위해 먼저 소비자들이 품질 좋은 우유와 유가공품의 맛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험목장을 여는 이유도 ‘소비자와 직접 만나기’ 위해서다.
“농장을 일구고, 좋은 우유를 생산하고, 국산 수제 치즈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까지가 제 일입니다. 그 다음은 딸의 몫이죠”
언제부턴가 세 사람의 일이 분업이 돼서다. 남편이 주로 우사를 맡고 옥향 씨와 큰딸은 유제품 연구를 한다. 남편은 현재 80두의 소를 관리하고 있다.  2~3년 동안 사료값이 너무 올라 소를 많이 키울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여서 소는 80두로 예전에 비해 많이 줄였다.
큰딸은 치즈와 버터를 이용한 쿠키와 빵 등 제품개발을 하고 있다. 둘째 딸은 요즘 일본 ‘낙농학원대학’에서 ‘치즈 공부’ 중이다. 둘째 딸은 “엄마표 수제치즈를 들고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야무진 목표도 세워놓은 상태다.
힘겹고 어려워도 마음을 다해 현재를 살면 세상문이 열린다는 것을 조옥향씨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매일 아침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하루가 완성되는 것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여자가 강해져야 합니다. 특히 여성농업인은 일인 다역을 해야 하니까요. 한 남자의 아내 역할은 물론 농업 철학도 가져아합니다. 모든 것과 잘 어우려져 화합하는 물같은 존재라 되어야합니다.”
어릴때 앓은 소아마비의 불편한 몸으로도 누구나 꿈꾸는 멋진 농장을 완성한 은아목장 조옥향씨의 당당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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