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사는 곳이야기

결혼식은 못 보고

달진맘 2009. 11. 14. 20:53

 

 이웃 하는 한우를 키우는 댁 딸이 국제결혼을  하게 되어  결혼식 축하객으로 찾아간 곳...

용인 민속촌이  아니라  다른 곳 이라 양반가 혼례식장 까지 비싼  입장료를 내로 걸어갔다 허탕치고 오는 날

 

 생 고생을 했다,

그런데 만추의 깊어가는 가을날 민속촌의 초가집이 유독 눈에 들어 온다.

 

내 나이 댓살 적에  지금 목장터가 있는 소댕이에 작은 아버지 집에 오면 집이 이렇게 작고 작은 초가집 이었다.

방두 칸에 마루도 없는 봉당만 있던 흙집

펌푸도 없서 우물물 길어 먹고 부억도 가마솥   중솥 작은솥 3개 흙으로 바른 부뚜막이었다.

 

담장도 돌이 아닌 싸리로 이엇고 가을 이맘 때면 말라죽은 호박 이피리가 앙상하게 걸려 바람에 쌀그락 거렸다.

 

민속촌엔 외국인으로 각양각색의 언어로 쌀라 댔고

나의 눈은 어릴적  기억으로 친정엄니 하고 배 고프고 살기 어려웟던 이야기를 하느라  이왕결혼식 엔 못 간거고

온김이 바람이나 쐬이자고  도란도란 노모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니는 가난하고 어렵기만 했던 시절 이야기라 그런지 우울한 기억이라 말을 흐리시고

난  가난 했지만 정겨웠던 시절을 반추 하느라 정신이 나 갈듯  싶었다.

 

 

 

 

 

인위적으로 늘어논 항아리만 없으면 영락없는 시골 촌락 길 인데

벼집으로 새로 이엉을 역어 주기만 하면 가을걷이를 다 한것 이라고  나 얼릴적 숙부님은 가을걷이의 마지막을 초가 지붕 이엉 갈아 주는것이고

여인네들은  김장 하여 장광 항아리 이엉으로 덥어 주기만을 재촉 하던  시절

 

그게 불과 40년 전의   모습이다.

 

 

 

 

 

토담위로  훌쩍 큰 감나무  붉게 익어가는 곳...

 

감나무를 키워 보고 싶고 감나무 아래  살고 싶은데 이곳은 감이 안되  그소원을 못 이루고 산다.

 

가을녁에 감나무를 졍 겹기만 하다.

 

 

 

 흙담 위에 이엉 역은 담장...

겨울에 고드름이 얼면 따서 오드독 앂어 먹었섰다.

 

추웠던 방...지릿깃이 얼고 걸래가 꽁꽁 얼어 붙었던 웃풍 세게 추웠던 방

 문 풍지 바르르 떠는 밤 뒷산에서 승냥이가 빔새 울었다ㅡ,무섭게 시리

 

긴긴 밤 무명이불 두꺼워 이불 걷어 차지도 못 하고 아랫목으로 꼬부려  새우잠을 자다

새벽 녁에 소죽 쑤는 들그렁 거리면서 소죽 안 치는소리 탁탁 화라지 타 들어가는 소리에 매큼한 연기를 맞으면서 따뜻해 지는 구둘장 온기에 잠이 소르르 들었던 추운 날 겨울 아침...

 

그시절이 그리워 엄니랑  한참을 도로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나왔다.

 

 

 

 

보리싹을 보시던 엄니 ..이것 도려  된장국 끊임 왜 그리 구수하고 맛 있던지... 늘 배가 고팠던

시집살이 하던 어린나이의 새댁 시절로  로 돌아가 전쟁 통에 억지 시집 간 당신 이력이 생각 난다 하심서 눈물이 글썽 이신다 ..불쌍한 엄니 17살에 시잡 가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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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고팟던 보리고개

돌아가신 아버지 보라고개 엔 보리죽도 없서 못 먹었다  하심서 서러운것 중에 최고가 배고품 이다 하셨다.

 

 요즘애들 베고품이 뭐요?? 할텐데...

 

초가집 지붕위에 낙엽들...

 

 작은아버지 가 저녁이면  초가집으로 기어든  참새를 잡아  화로에 작은 단지에 고아 먹으라 주셨다.

작고 가냘푼 새를...

 

불쌍해 못 먹겠다 도리질을 치면 할아버지 막걸리에 한잔 두시곤  허 고놈 살이 뽀앟게 졌서 하곤 우지직 깨물어 드셨다.

막걸리를 하두 맛나게 드시길래 나도 먹고 싶어 할아부지~~

 

달근쌉쌉한 막걸리를 두어모금 마시곤 술이 취해 방안을 헤메고..

할머니 한테  애 한테  조금만 멕이지 웬술을 얼매나 맥여 저리 방안은 헤매게 하느냐고 핀잔 듣던 시절이 엊그제인데...

 

 

내 나이 할무니 나이가 됫으니..

 

 

 

 

 

낙엽져  바람에 날리는 길을 모녀는 오랫만에     터덜터덜 걸었다.

 

가을...

내가 사는 금당리에는 지금 초가집도 감나무도 보리밭도 없다.

밭 가는 소도 지게를 지는 농부도 없다.

 

 

밥을 해 주고 이고 지고 가던 들밥내 가는 이도 볼수가 없고

마당질 날 짜장면 시켜 먹고 식당에서 순대국 끊여 배달이 오는 세월...

 

그리웁다 엤날 마당질 하고 저녁에  새로 짠 들기름 듬쁙 넣어 무친 배추 걷절이에 청 국장에 햇쌀 밥,,

 

 두레반에 삥 둘러 안쟈 먹던 호롱불빛 아래 어스름이...